'킬러규제' 혁파 법안 60%, 국회에 막혔다

입력 2023-12-10 18:12   수정 2023-12-11 01:33

올해 정기국회가 지난 9일 막을 내린 가운데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규제혁신 법안 222건 중 131건(59.0%)이 국회에 막힌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 간 정쟁에 경제·민생 법안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국회에 낸 규제혁신 법안 222건 중 전날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91건(41.0%)에 그쳤다. 나머지 131건은 국회를 넘지 못했다. 이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는 법안이 23건,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이 108건이었다.

국회에 발이 묶인 대표적 규제혁신 법안으로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이 꼽힌다.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 0.1t 이상에서 연 1t 이상으로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국가보다 기준이 너무 세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킬러 규제’로 꼽힌다. 화학물질 규제를 국제기준에 맞추자는 취지인데, 아직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도 넘지 못한 상태다.

대형마트의 휴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먼지만 쌓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상임위 소위에 상정됐지만 “골목 상권 타격이 크다”는 야당의 반발에 발목이 잡혔다.

이 밖에 드론·로봇 등을 활용한 무인 배송 법제화(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 단말기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 한도 상향(공시 지원금의 15%→30%·단말기유통법),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거주 의무 완화(주택법),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료법) 등 ‘킬러규제’ 혁파안이 국회에 가로막혀 있다.

규제혁신 법안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정부가 경제 활력을 위해 추진하는 법안도 줄줄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서비스산업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의료, 관광, 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산업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2011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야당의 ‘의료서비스 영리화’ 주장과 의료계 반발에 막혀 12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상임위 소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재정준칙 도입에 앞서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해왔다.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 저장할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짓기 위한 특별법도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2030년부터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통상 37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정치권이 서두르면 연내 처리할 규제혁신 법안 및 경제·민생 법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여야가 내년 예산안 처리와 정쟁 때문에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내년 총선이 예정된 만큼 연내 입법이 무산된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준 배재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공천을 앞둔 마지막 국회에선 항상 민생을 뒷전에 두는 일이 벌어진다”며 “국회의원들이 ‘투쟁’에서 ‘민생’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허세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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